소식[언론보도]『생협평론』사회적경제 법, 제도의 쟁점과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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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경제 정책의 돌아봄

사회 : 

3년 전, 새 정부 출범을 바라보며 『생협평론』은 사회적경제 정책의 큰 틀과 방향이 어떻게 설정되어 있는지를 다루었습니다. 지난 3년을 되돌아보며 앞으로의 과제를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특히 오는 4월, 21대 총선을 앞두고 20대 국회에서 사회적경제 관련 입법 현황에 대한 평가로 해보면 좋겠습니다. 기존과 다른 정부 정책이 사회적경제 현장에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요? 가장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정책과 아쉬움이 큰 정책을 함께 말씀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이경호 :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등 개별 조직, 개별 사업에 대한 지원 정책을 넘어 사회적경제의 큰 그림을 그리고 사회적 가치, 사회적금융, 판로 지원과 같은 구체적인 내용을 정책 아젠다로 발전시킨 것에 의미를 두고 싶습니다. 공공기관이나 민간 영역에서도 사회적 가치를 이야기하는 것이 낯설지 않게 된 전반적인 환경의 조성 또한 긍정적으로 평가할 지점입니다.

법무부에서 경제 법령의 입법 아이디어나 선진 법제 정보 수집을 목적으로 전문가 그룹을 중심으로 포럼을 진행합니다. 지난해 12월 '사회적기업 조직 형태(법인격) 도입 방안'을 주제로 선진법제 포럼이 열렸습니다. 법조계는 보수적인 분야라 변화를 수용하는 시차가 있습니다. 그런데 법무부에서 사회적기업의 법인격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것은 더 이상 사회적경제 분야가 변방에만 머무르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분들께서 이미 말씀해주신 사회적경제기본법이 제정되지 못한 점도 그렇지만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등 개별 조직들이 필요로 하는 제도 보완이 미흡했던 것에 대한 아쉬움도 있습니다. 사회적기업의 인증제도를 개선한 등록제가 아직 도입되지 못한 점, 협동조합의 우선출자제 도입의 필요성, 조합원 차입금 제도의 명확한 정리, 금융 및 보험업 허용 여부와 관련하여 개선된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점 등을 들 수 있겠습니다.


사회적경제 현장의 변화

사회 : 

사회적경제에 관한 정책과 제도가 활발하게 나온 배경에는 1차적으로 당사자 조직들이 활성화되면서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고 시민들의 생활 개선에 중요한 역할을 해줄 것을 기대하는 측면이 있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여기서 두 가지 고민이 필요할 텐데요, 하나는 정말 사회적경제로 인해 시민들의 삶이 나아지고 있는지 지역의 문제가 해결되고 있는지에 관한 점검일 것이고, 또 하나는 사회적경제에 우호적인 정책이 조성됐는데 이를 활용할 수 있는 현장의 역량이 얼마큼 무르익었는지에 대한 것입니다. 이에 대한 의견 부탁드립니다.

이경호 : 

정책의 수립과 집행에서 사회적경제 현장의 역할이 여전히 미흡한 측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구체적으로 국토교통부의 도시재생 뉴딜 사업의 경우를 들 수 있을 텐데요, 도시재생 뉴딜은 마을관리사회적협 동조합이 도시재생 기업을 유지, 관리할 수 있도록 하기 때문에 지역 주민, 지역의 사회적경제 주체들이 구체적인 사업의 기획과 운영에 적 극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데 여전히 정부가 사업의 목표 와 타임라인을 설정하고, 하향식top-down으로 정책을 실행하고 있어 사회적경제 주체들이 정부 정책에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 입니다. 사회적경제 현장이 특정한 사업의 기획, 운영에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플랫폼 조성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사회적경제기본법에는 중앙과 지역에 사회적경제위원회를 두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 사회적 경제위원회가 민관 협력의 플랫폼 기능을 하도록 운영하는 것도 방안이 될 수 있습니다. 사회적경제 주체들이 정책을 활용할 수 있는 역량 을 발휘할 수 있는 틀이 필요합니다.


사회적경제기본법의 의미와 역할

사회 : 

앞서 많이 언급하신 사회적경제기본법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사회적경제기본법은 어떤 성격의 법률이어야 할까요?

이경호 : 

정부에서 사회적경제에 관한 여러 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기 때 문에 사회적경제기본법이 없어도 사회적경제가 계속적으로 활성화될 수 있다는 일종의 착시현상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사회적경제의 원리나 제도, 작게는 개념조차도 법규범으로 승인을 받지 못한 상태입니다. 즉, 사회적경제가 국가의 경제와 사회를 움직이 는 시스템 중 하나로 정착한 단계는 아니라고 봅니다. 그래서 정책 결 정권자가 달라졌을 때 사회적경제에 대한 지원과 육성 정책이 대폭 감 소하거나 극단적으로는 없어질 수도 있습니다. 한편, 기본법은 어느 분야나 정책 방향에서 총론의 역할을 합니다. 지금까지는 총론 없이 사회적기업 육성법, 협동조합기본법 등 각론만 개별적으로 존재했던 것이죠. 이런 배경 하에 사회적경제기본법의 위상과 성격은 크게 세 가 지로 살펴볼 수 있습니다.

첫째 사회적경제기본법은 사회적경제라는 원리나 제도에 대한 국가 정 책의 기본 원칙과 방향을 제시하는 법입니다. 둘째는 사회적경제를 둘 러싼 다른 개별 법령들과 지역의 필요에 따라 제정된 조례들을 재정비 하는 틀이 됩니다. 마지막으로 사회적경제가 추구하는 사회적 가치가 사회적경제를 넘어 공공과 민간 영역으로 확산될 수 있게 하는 촉매제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여담으로 사회적경제의 전통이 오래되고 발전한 다른 국가에서도 기 본법 성격의 사회적경제 법령이 제정된 것은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2012년 스페인, 2013년 캐나다 퀘벡주, 2014년 프랑스의 순서로 기 본법이 제정됐습니다. 되돌아보면 2014년 사회적경제기본법 제정 가능성이 가장 높았던 때 통과가 됐다면 선진 사회적경제 국가들과 법 제도 측면에서 어깨를 나란히 한 상태에서 우리 사회의 현실과 조화를 이루며 개선해 나갈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듭니다.

사회 :

사회적경제기본법의 필요에 대한 전체의 동의에도 불구하고 국회 계류 중인 현재 상황에서 입법을 위해 어떤 전략을 가져가야 할까요?

이경호 :

20대 국회에 계류 중인 사회적경제기본법안의 제안 이유를 보면, 윤호중 의원의 사회적경제기본법안은 ‘사회문제 해결의 실효적 대안’, 유승민 의원 안은 ‘한국경제의 새로운 대안’이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사회적경제가 이념적 차원의 의제가 아니라 공공성을 가진다는 점,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사회 혁신을 이룰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정책 원리이자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회적경제 각 영역의 과제

사회 :

사회적경제기본법만큼 개별 영역이 시급하게 처리해야 할 제도적 과제들이 있습니다. 어떤 쟁점과 과제가 존재한다고 보시나요?

이경호 :

사회적기업을 인증제에서 등록제로 바꾸는 개편 내용이 개정안이 올라가 있으나 남은 기간 동안 통과될지는 의문입니다. 21대 국회에서 다시 논의가 될 텐데요, 등록제 논의가 제기된 배경에는 현행 인증제 자체가 사실상 허가와 비슷할 정도로 경직되게 운영되어 사회적기업 활성화가 저해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사회적기업의 진입 장벽을 낮출 필요가 있다는 것이죠. 다만, 등록제가 될 경우 유사 사회적기업이 난립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방지할 수 있는 장치도 필요합니다. 사회적기업 등록 취소 요건과 절차를 명확히 하는 것도 대비책 중 하나입니다. 또한 등록제 도입 시에는 사회적기업 지원을 위한 평가 시스템을 정교하게 갖추어야 할 것입니다.

한편, 사회적기업에 적합한 새로운 법인격의 도입도 본격적으로 논의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행 주식회사, 협동조합, 사단법인 및 재단법인과 병렬적인 별개의 법인격으로 설정할 것인지 또는 기존의 법인격을 기본으로 하되 사회적 목적을 정관에 규정하고 이윤배분과 자산 처분을 제한하는 특수목적회사로 할 것인지 등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그리고 사회적경제가 국가나 시장이 아닌 제3섹터를 무대로 한다는 점, 사업적 방식으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중간 또는 하이브리드 성격을 가진다는 점에서 충돌하는 가치가 있는데, 이를 고려하면서 제도를 설계할 필요가 있습니다. 두 가지 측면에서 살펴본다면, 첫째는 정부 지원이 필요하면서도 자생력과 자율성이 중시된다는 측면에서 의존적 기업이 되지 않도록 지속가능성을 키우는 정책이 필요합니다. 둘째는 경제활동을 하는 ‘기업’으로서의 효율성과 ‘사회적경제’ 기업이라는 특성에 따른 민주성이 충돌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균형점을 찾는 방향으로 제도를 만들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사회적기업 인증제도에서 초기에는 근로자 대표, 이해관계자가 과반수가 되는 의사결정 구조를 요구했었습니다. 그런데 주식회사형 사회적기업의 경우 이러한 이사회 구성은 신속한 의사결정이나 경영 효율성을 저해하는 측면이 있죠. 그에 따라 이해관계자가 의사결정 구조에 참여하는 것으로 인증 요건이 변경되었지요.


앞으로의 사회적경제

사회 : 

마지막으로 오는 4월 총선 이후, 5월 30일부터 4년간 임기를 수행할 21대 국회에 기대하는 점, 또 사회적경제가 이를 전략적으로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나눠주시면 좋겠습니다.

이경호 : 

궁극적으로 사회적경제가 사회 혁신을 이룰 수 있는 주요한 기반이 될 수 있다는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난 정부들은 ‘녹색성장’, ‘창조경제’를 내세웠습니다. 각각 정책과제가 있었지만 이는 정부에서 만들어 하향식으로 전달한 정책과제로 당사자들이 부재했습니다. 사회적경제는 이와 달리 실제 영역에서 활동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충분한 의제들도 갖고 있지요. 이러한 맥락을 이해하고 전략적으로 접근해 입법 과제가 실행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출처 : 『생협평론』2020 봄(38호) 사회적경제 법, 제도의 쟁점과 과제

원문사이트 : http://icoop.re.kr/?avada_portfolio=『생협평론』-2020-봄38호-사회적경제-법-제도의-쟁점과